챌린지 65호
떠날 때의 님의 얼굴
한 용 운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맺힌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떠나신 뒤에 나의 환상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굴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는 바로 볼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쁠 것입니다
님의 떠날 때의 어여쁜 얼굴을 나의 눈에 새기겠습니다
님은 얼굴은 나를 울리기에는 너무도 야속한 듯하지마는 님을 사랑하기 위하여는 나의 마음을 즐거웁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어여쁜 얼굴이 영원히 나의 눈을 떠난다면 그때의 슬픔은 우는 것보다도 아프겠습니다
새로운 과거는 어색해도 오래된 미래는 가능하다
신선한 것들의 무리 지어짐
번득임의 두서없는 마주침
겹쳐져서 투명해져야 미래
대체로 만나는 순간 불투명이 된다
왜 우리는 낡은 시간들을 반복하고 재생하려는가
긴 시간 뜨거운 만남 뒤 허전한 뒤통수는 당연하다
거기에 낡은 미래가 피어나 눌어붙은 이유에서다
악수를 건네면서 손의 힘을 빼는 것부터 해야 한다
결속은 악력에 비례하지 않으므로
서로의 지갑을 탐하는 대화는 두 손을 묶어야 한다
맞아요 당신은 결백했지요
기나긴 말을 멈출 때까지만
우리가 투명해지려면 미래는 초대하지 말아야 한다
불청객인 과거의 방문도 과감하게 거절해야만 한다
오로지 투명해지는 순간은 순식간이라야 정상이다
그것을 나란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옮기기로 한다
그나마 희미하게라도 가능성이 있으니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