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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9. 2022

31. 언어의 냄새

까짓거 할 수 없지 뭐

<기본 표현>
까짓 것 어쩔 수가 없다

<응용 표현>
까짓거 안 되면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I        방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내미는 궁색한 계륵 언어 


하루 종일 글감을 찾으려고 말의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마치 죽은 먹잇감이라도 찾는 하이에나처럼 킁킁거리며 다녔으나 아무것도 없습니다. 날마다 내게 다가와 냄새를 허락하는 언어는 없었습니다. 더 크게 귀를 열거나 단추 구멍 같은 눈을 더 크게 떠야 그나마 자그맣게 보였던 언어들입니다. 까짓거 어쩔 수가 없네요. 밖에 없다면 내 안으로라도 코를 들이밀어 넣어서라도 언어의 냄새를 맡아야겠죠. 결국 스스로 정한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겨우 내 입 주변에 묻은 밥알 같은 문장을 붙잡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게으르고 부끄러운 여름밤입니다. 


까짓거는 일이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낼 때 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절박함을 넘어 초조함을 지나 체념의 언덕 바위틈 어디즘엔가에 걸터앉아 이것도 글이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글을 씁니다. 까짓거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은 어떨 때에는 호기롭지만 어떨 때에는 비겁하고 누추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후자 같은 심정입니다. 까짓거 다음에는 항상 궁색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행동합니다. 가장 밑바닥을 치는 순간에 이 표현을 합니다. 궁지에 몰리는 때에도 이와 비슷합니다.  




II     이가 없으면 잇몸도 정상이 아닐 테니 혀로 녹여 먹어볼게요


말투는 만만한 듯 대하지만 조금 겁을 먹은 상태가 맞습니다. 대체로 계획이 있는 행동보다는 까짓거라고 말하고 나서 그다음 뒷감당을 급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그다음의 흐름이 잘 흘러가면 본전이지만 엇박자로 꼬이기 시작하면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면 이것이 치고 올라갈 바닥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배한봉 시인은 그의 시 '육탁'을 통해 제 의기소침에 시어를 건네며 격려합니다. 시의 일부를 소개하며 오늘 '언어의 냄새'를 맺겠습니다. 앞으로는 바닥에서 허덕이지 않는 언어 냄새꾼이 되겠습니다.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을 치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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