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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8. 2022

30. 언어의 냄새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기본 표현>
불편한 사항 있을 시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응용 표현>
원하는 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I    불편함을 찾는다는 그것 자체가 수고롭고 불편한 시스템이 던지는 서비스 과시 언어


긴 여정 끝에 지친 몸으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밝은 미소와 함께 건네받는 웰컴 티, 처음 머리를 손질하러 온 손님에게 말을 건네며 교감을 시도하는 헤어숍 디자이너의 소통 행위 등은 낯선 공간에서 완고해질 수 있는 마음을 누그러뜨리는데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듯 서비스업종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때로는 형식적인 립서비스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듣는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든든함과 가벼운 신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면상으로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이 표현은 사실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불편한 점'이라는 것이 경계가 모호하고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식이란 측면에서 자기 검열과 고객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진상 가능성 체크를 스스로 필터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순진하게 불편한 것을 요목조목 늘어놓는다면 당신 자체가 불편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여기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의 감당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불편한 의사를 전달하는 데까지만 이들은 용인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수용하고 거부하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이는 약속하지 않고 있죠. 그저 고객은 '말했으니 처리해주겠지'라는 추측을 할 뿐입니다. 왼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니 오른쪽으로 나올 것이라는 착각을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적으로 불편한 사항들은 지난 누적된 건의사항들에 의해 갱신되고 수정되어 이미 우리는 '완전하다'라는 자부를 가진 상태일 때 이런 말들을 한다는 것입니다. 누추한 여인숙에서 이런 표현을 하는 주인은 없습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불편하기에 그 불편을 다 들어주다가는 손님이 퇴실을 할 때까지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가장 많이 가진 자들이 호기를 부리는 것입니다. 포만감을 느끼며 배를 두드리고 이를 쑤시고 있는데도 돈 많은 친구는 끝없이 말합니다.

-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II    서비스 언어는 정보라기보다는 태도입니다


서비스 언어에는 고객중심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게다가 어색한 감정과 감성표현들로 불완전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흔한 예로는 사물 존칭이라든가 불필요한 선어말어미 첨가입니다. 이는 온전히 서비스 언어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들도 이 우스꽝스러운 표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과도한 존칭 지향적 언어를 요구하는 탓에 쉽게 상식적인 표현으로 바꿔 말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상황에 합당해서가 아닌 태도를 오해받지 않기 위해 그리 말하는 것입니다. 제삼자가 지켜보면서 마치 서비스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실수나 이해 부족으로 지적한다면 서비스 언어 사용자들은 매번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가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객 쪽으로 기울어진 서비스 언어의 균형을 잡아야 할 때입니다. 어느 누구도 서비스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되어서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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