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앞에서의 서툰 비장함

챌린지 87호

by 이숲오 eSOOPo

소년에게


이 육 사



차디찬 아침 이슬

진주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낳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세라


큰 강 목 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을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 져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다녀도

분수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 봐도 좋다


서풍 뺨을 스치고

하늘 한 가 구름 뜨는곳

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


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달의 마지막날과 첫날에는 더이상 비장해지지 말자


각오도 체념도 모두 비장에서 나오는 미숙한 몸짓


마지막과 처음의 부위가 물러야 접착이 자연스럽다


시작에서 끝을 염려하고 끝에서 시작을 걱정하지 않기 위해 모처럼 꺼낸 비장을 다시 주머니에 넣자


지나고 보면 끝과 처음의 간극이 사라져 모호하다


어쩌면 이 둘은 처음부터 자웅동체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걸으며 흔드는 두 팔처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러니까 사월의 달력을 어제 뜯지 말았어야 한다


오월의 기운이 솟아나와 그 뽀얀 얼굴로 인사하기 전에는 시간을 서둘러 맞이하는 비장은 섣부르다


더이상 끝과 시작 앞에서 비장해 하지는 않을 게다


https://youtu.be/2jhKDCHEla4?si=v-EDIjMfzeC1Tm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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