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는 순간까지가 나의 사랑이라
챌린지 93호
by
May 9. 2025
당신의 얼굴
김 언 희
당신의 얼굴이
치익
켜진다 성냥불처럼
내 눈동자에 박힌 심지가 타들어간다
망막이
지글지글 끓는다
눈에 붙은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나의 사랑이라고
하나 남은 눈동자에, 마저
불을 붙일 때
치익
켜진다
당신의 얼굴
말은 많이 할수록 인간이 성글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의도가 누추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실수가 빈번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행동이 허약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이해가 허술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오해가 견고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무리가 허물어진다
말은 많이 할수록 망아지가 늘어난다
글은 많이 쓸쓰록 인간이 단단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의도가 분명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기억이 명확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노트는 빽빽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시간이 똑똑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공간이 순수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연필이 뭉툭해진다
글은 많이 쓸쓰록 질문들이 늘어난다
각오없이도 할 수 있어서 위험하고 가벼웁다 말은
작정없이는 쓸 수 없어서 위안되고 든든하다 글은
어느 쪽을 쥐고 살아도 생존과 무관해서 다행이다
더 즐기지 않는 쪽이 불편하고 신비로워 다행이다
https://youtu.be/mmcsh0rkBpo?si=EeQEsh0NiMVD2sX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