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챌린지 92호

by 이숲오 eSOOPo

여름 한때


강 성 은



젊고 아름다운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내 부모였다

나는 그것이 극 중이라는 걸 알았고

밝고 활기차 보이는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다가

내 손톱에 찔려 화가 난 것을 보았다

극이 중단될까 두려워진 나는 사과하고 또 빌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눈치만 보았다

그들과 나는 소풍을 갔는데 햇빛이 눈부셨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고

애써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극은 계속 진행되었다




영화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나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영화속 커피를 탐내거나 나무를 심어 그 열매로 커피를 수확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러하므로

가만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마주앉아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곰곰 생각해보니 당신이 커피를 드시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밖에서 사람 만날 일이 빈번해 바쁘셨던 분이 커피 대접이 없었을리 만무하고 환담의 매개로 커피를 회피하기 수월하지 않았을텐데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부터 거절을 하셨을까 대체재로 어떤 차를 마셨을까 어버이날에 허접한 호기심이 일렁인다


어버이로부터 나고 자란 후 부모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지 당신의 헌신만 피상적으로 실감할 뿐 취향도 취미도 특기도 꿈도 모르고 만약 커피를 요구하면 인스턴트 믹스커피인지 크림을 타야할지 설탕은 몇 스푼인지 어느 잔에 담은 것을 탐탁해하는지 물의 온도는 어느 정도로 즐기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사는데


관심이 허술해서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쌓여간다

모조리 안다고 해서 효도가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무심해서 무뎌지는 마음은 아니어야 할 것 같아서


https://youtu.be/RkCXr7cDaBo?si=KPHven3nGuafJn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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