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94호
차마고도
김 경 후
차마 하지 못한 말은 비밀이 아니지
비밀 아닌 말들의 길
해발 4천 미터
차마고도
말도 사람도
가슴뼈를 웅크려야 하는
철벽 길
말할 수 없이 깊고 거친 길
차마 하지 못한 말은 비밀도
침묵도 아니지
얼어붙은 고요가 간신히 매달려 있는 길
차마고도
옛날엔 말과 차를 바꿨다는데
난 해줄 말도 바꿀 말도 없네
침묵도 비밀도 없이
말할 것 없이 깎아지른 길
비밀의 일생과 죽음의 비밀
말들의 신화를 파묻은
잘리지 못한 혓바닥 같은 길
차마고도
차마 하지 못한 말은 비밀이 아니지
해발 4천 미터
말할 수 없는 말들의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