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봄날에

챌린지 102호

by 이숲오 eSOOPo

소쩍새 우는 봄날에


박 규 리



나에게도 소원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낮게 드리운 초라한 집 뜰에

평생을 엎드려 담장이 될지언정

스스로 빛나 그대 품에 들지 않고

오직 무너져 흙으로 돌아갈

한 꿈밖엔 없는 돌이 되는 겁니다


구르고 구르다 그대 발 밑을 뒹굴다

떠돌다 떠밀리다 그대 그림자에 묻힌들

제아무리 단단해도 금강석이 되지 않고

제아무리 슬퍼도, 그렇지요

울지 않는 돌이 되는 겁니다


이내 몸, 이 폭폭한 마음

소리없이 스러지는 어느날, 그렇게

부서져 고요히 가라앉으면

다시 소쩍새, 다시 소쩍새 우는 봄날에


양지바른 숲길에 부풀어오른

왜 따스한 흙 한줌 되지 않겠습니까

지쳐 잠든 그대 품어안을

눈물겨운 무덤 흙 한줌, 왜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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