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

챌린지 111호

by 이숲오 eSOOPo

세상을 돌리는 술 한잔


천 양 희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발효된 내 거대한 심통에

묵은 찌꺼기 누추하다

나는 속썩은 인간으로서 냄새를 피웠고

말 대신 게거품을 물었다

몸속 어디에

포도송이 꽉 찬 포도밭이 있는지

넝쿨이 굽은 뼈처럼 뻗어나온다

마음의 서쪽, 붉게 취한 노을 어룽거려

찔끔, 눈물도 나온다

이 머리통, 나도 생각하는 사람이라

여기, 어디에 도계는 있는지

술 한잔 돌리면서

내가 귀의한 세상에게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세상을 술잔처럼 돌리고 싶다는 것이다

한잔의 순환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포도주를 들다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썩었고 오래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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