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10호
기적
진 은 영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서
물과 포도주로 들판을 분할했다
네가 마신 것은 무엇인가, 무엇인가
하나의 퍼즐 조각을 움직이자 역동적인 상태가 된다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작은 조각이나 물꼬
일상의 기적은 외부보다 내부로부터의 신호 혹은 눈뜨기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나선다
살가운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낯선 풍경들만 펼쳐진다
지나간 다이어리를 들쳐 돌아보지만 않는다면 그닥 슬프지 않을 수 있다
절망할 줄도 모르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무작정 들이켰던 욕망들을 게워내며 헤아린다
빵집에 갔다가 제빵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찻집에 갔다가 바리스타에 마음을 빼앗기고
용기내어 말도 손도 내밀지 못하고 고작 카드 하나 내밀고 뭐라도 답을 받고 싶어 이내 구겨질 영수증을 청한다
서랍에는 무수한 영수증이 뒤엉켜 루머가 된다
문자로 인쇄된 종이들은 나를 공기중에서 공중으로 부추기는 공기방울들
떠오른다
떠오른다 간혹
아직 지상으로부터 십센티를 오르락 내리락
더 많은 영수증을 구해야 나는 조금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