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09호
술에 취한 바다
이 생 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유월에는 술 없이도 취한다
서두른 태양에 취하고
섣부른 계절에 취하고
설익은 키스에 취하고
비틀거리지 않아도 취한 줄 안다
나비 등에 업힌 꽃향기에
버티다 끝내 쓴 꽃편지에
어차피 받아 쥔 꽃다발에
무수한 진담들이 마른안주처럼 박혀 있다
딱 한 달만 취해야 한다면
유월을 놓치지 않을래요
딱한 오월과 근엄한 칠월 사이에 유월이 적절하다
아무래도 유월은 술잔이면서 술병 모양을 가진다
잔 부딪히는 소리가 칼 부딪는 소리처럼 청량하다
술 마시자고 말붙이는 이의 입술이 가장 섹시하다
나의 서재에는 안주에 걸맞는 받침대로 쓸 책들이 구분되어 꽂혀 있다 술이 닿지 않은 책은 나쁜 책
빈 술병으로 뭉친 슬픔의 근육을 푼 뒤 베고 잠든다
술친구와 헤어질 땐 술 뚜껑을 서로의 가슴에 달아주고 포옹하면 우정의 배지처럼 곱게 박힌다
유월에는 더블 배지 이벤트 기간이니 놓칠 수 없다
https://youtu.be/d9dPlP74bJM?si=E3VPXY3trqbjHI4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