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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5. 2024

적당히 하자

0642

쉼표 같은 시간이었다면 휴식일까 긴장일까.


마침표가 아닌 이상 장력은 유지되고 호흡은 아직 살아 있다.


만연체 같은 하루였다는 것은 긴 호흡이 요구되었다는 쪽에 가깝다.


반년만에 만난 단 한 사람과의 긴 대화가 오후 내내 이어졌다.


일리커피를 마시며 한편 일리 있는 서로의 사정과 형편을 주고받았다.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몰랐으면 좋았을 이야기가 거의 없었단 점이다.


불편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면 상대의 허리춤에 코끼리를 달아준 꼴이 된다.


코끼리는 코가 손이라서 오는 길에 내 볼기짝을 수도 없이 내려칠 것이 분명하다.



무심코 던진 말이 못된 망아지가 되지 않도록 내 혀의 고삐를 꼭 쥐고 있어야 한다.


그는 내 이야기의 탄력이 떨어질 때마다 딸기를 입에 넣어주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 화법을 그때엔 무어라 부르지 못했는데 이제야 이름을 지어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더웨이 스트로베리


그건 그렇고 옛다 딸기!


마침 사단법인 백수수다꾼연합회에서 판권을 사겠다고 해서 거저 가지라고 인심을 부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미스터 보키니가 세븐일레븐에 합병되기 전 바이더웨이 편의점에서 딸기샌드를 먹었던 추억을 소환해 줘서 고맙다고 하기에 도대체 춘추가 어찌 되냐고 되물었다.


농도 적당히가 잘 안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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