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15호
봄날 한채
노 향 림
저녁노을 속을 누가 혼자 걸어간다.
높은 빌딩 유리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거대한 낙타처럼
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
강변 둔치까지는
구름표범나비 등을 타고 넘어갈까
황사바람 누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까
잠시 머뭇거린다.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가 내 마음 안에도 펼쳐 있고
모래 위에 환한 유칼리나무
잠시 피었다가 지워진 아치형 길이 홀로 뚫려 있다.
시끄러운 세상은 돌아보지 마라
매정하게 채찍 휘두르며 낙타 등에 올라
그 길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누가 혼자 넘어간다.
봄날 한채가 아득히 저문다.
가로등 하나 없는 제주의 어느 밤길을 걸은 적 있다
밤바다에서 장례식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머리 위로 창백한 별들이 쏟아지고
지그재그 내딛는 발은 보이지 않고
옆의 풍경과 나무들은 사라진 채로
나아가는 건지 멈추어 선 건지도 분간이 안되는
세상의 빛을 전부 빨아들인 밤은 완벽한 까망이고
이따금 하양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상한 느낌
짙은 어둠 속은 공간이 점으로 소멸한 순간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점을 가만히 응시
그 점을 동그랗게 말아 배꼽에 넣고 꾸욱 누르기
제주의 까만밤을 하염없이 걸어본 적이 있다
이제는 발자국도 그 기억도 까마득하게 희미해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