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14호
멀리 보다
황 규 관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다
창밖 먼데를 본다
강가에 왜가리 한 마리 앉고
아들놈이 공 차고 있을 학교운동장 쪽에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강림하는 햇살
더 멀리는
솔잎혹파리에 몸이 아픈
구름산 소나무숲이다
멀리 보면 보인다
가슴을 연 채 돌아가신
어린 나를 버린 아버지도 보이고
외등이 혼자 떨고 있는 골목길
내 가슴을 할퀴던 당신의 눈빛도 떠오른다
살면서 조금 더 먼데를 보는 일
이 세상을 후울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지만
그래, 밥은 벌어야지
다시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는
잿빛 머리를 가진 나도 보인다
그게 멀리 보니 보인다
자세히 보느라고 놓치는 것들이 많다
놀랍게도 진짜 가까이 있는 것은 멀리 봐야 보인다
멀리 있는 것을 자세히 길게 보아야 보이듯이
세월이 무거워 자꾸 고개를 떨구다 보니 멀리 보기를 등한시한다
생의 끝이 보일수록 멀리 보아야 하는데
눈앞의 것들에 마음을 다 뺏기고 만다
자세히 보지도 못하고
꼼꼼히 보지도 못하고
마음에 쫓기어 보고선
자세히 보는 것이라고 우기고 믿어 버리고
멀리 달려가는 것이 멀리 보는 것과 달라서
자꾸 눈이 어두워지는 것 같다
자꾸 발이 엉키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