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벽하게 외로워지기 위하여
누군가가 전화를 한다는 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때로는 반가울 수도
때로는 버거울 수도
그 필요가 조건을 달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조건이 이익을 달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이익이 주체를 달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주체가 마음을 달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러한 연유에 설렌 벨소리가 불편한 결말로 가고
덤덤한 기대감이 하루를 날아다니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울리는 벨소리는 나의 가치와 비례한다는 달가운 기분으로 읽혀 뜸하면 묘한 느낌이 든다
사실 폰이 글쓰기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된 나로서는 울리지 않는 벨소리가 너무 좋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의 대상이 아니고 욕망의 대상이 아니고 쓸모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훔쳐갈 것도 뺏어갈 것도 없다는 말이다
급하게나 이따금이나 필요로 하는 대상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른다
세상은 이를 무능이리고 부른다
혹은 외톨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묶어서 불러도 반박할 수 없다 틀린 말이 아니라서
그 기준으로 보아 유능한 마당발인 적도 있었으나 돌아보니 그 모습이 무능했고 더 외로웠던 것 같다
나의 바쁜 벨소리는 나 자체보다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나 상황이 쓸만한 덕분이었다
이제는 나를 오독하거나 환상하지 않는 이만 나는 그리워하고 손을 흔든다
인적 네트워크의 느슨한 결속에 힘을 쓰지 않는다
어쩌면 울리지 않는 벨소리로 인해 아무때나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