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조명을 추천해 주세요
길을 가다가 대낮인데도 눈부시게 빛을 발산하고 있는 조명가게에 들어간다
누구나 빛에게 빚을 지고 있어서 빛을 만나면 어쩌지를 못한다
다양한 빛들의 가지들을 손으로 헤치고 나아간다
잃어버린 빛을 찾고 있어요
빗은 옆 건물 다이소로 가보세요
아뇨
빛을 가방에 담아가도 될까요
빛을 방에 걸어둘 수는 있어요
아담하고 소박한 둥그런 갓을 머리에 쓴 등을 추천한다
나의 눈은 자꾸만 화려한 샹들리에로 간다
공간이 누추해서 조명이라도 화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명가게 주인은 북토크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공간의 용도에 대해 여러번 주고 받다가 그냥 콘서트라고 고쳐 말한 후라 자꾸 대화는 산으로 간다
세상이 무관심한 방향으로 너무 달려왔구나
그동안 조명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었고 천장에는 별자리만큼이나 무수한 조명들이 손짓하고 있다
천장이 얼마나 높나요
사장님을 목마로 태우고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아득해요
관객을 생각하고 공간의 크기를 생각하고 쓰임을 생각하면 이것이 좋겠네요
형광등 같이 환한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나의 공간인데 조명가게 주인은 자신의 공간처럼 자연스럽게 그린다
여기는 레일을 설치하고 이곳과 이곳에 조명을 달면 되겠네요
간단해요
두 달을 고민한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잠깐으로 해결책을 내는 허탈한 시간이 흐르고(명징한 답들은 대체로 오답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 사이에 건널목 신호등이 일곱 번 바뀌고
언제 쉬나요
영업하는 시간을 묻지 않고 거꾸로 묻는다
내가 쉬고 싶어져서였나보다
빛은 내가 너무 몰라서 빚을 하나 얻고 나온 기분이다
가게문을 밀고 나오자 한낮의 태양이 강렬하다
이렇게 커다란 빛이 버젓이 있어도 나름의 자그마한 빛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밤의 대비만은 아닐테고
다양한 암흑 중에서 택하라면 지체없이 고를텐데 빛은 선택에 장애가 있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