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주머니

내 것은 자주 옆구리가 터져 바늘을 품고 다녀요

by 이숲오 eSOOPo

생각도 구조물이라면 이렇게 겹쳐진 복잡한 형상


각각의 태생은 다르고 재질도 다르고 용도마저도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공존이 불가능한 인연들


취향이 달라서 여러개의 주문이 현명한 줄로만 알았는데 동일해도 각자의 영역은 존중하자고


선택은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제한된 게임


앞 소파에 두 여자가 나란히 뒤돌아 앉아있다


뒷모습이 지나치게 섬세하고 사치스럽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정성을 들이는 건 인간중에서 여자가 단연 으뜸이다 남자는 방치한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해도 소유한다는 사실이 소중해


거기에 그들은 자신의 전부를 건다 속는다 죽는다

우리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느낄 때마다 비밀을 하나씩 가진다


그 곳곳마다 비밀의 주머니는 공간이 된다


같은 주머니에 다른 인간들이 북적이며 비밀을 섞는다 대부분 물과 기름처럼 막을 가지지만


가끔씩 들어갈 때 가진 비밀을 놓고 다른 비밀을 들고 나가기도 한다


집어들면 이내 나의 은밀한 비밀이 되고


사실 비밀이란 녀석도 비닐처럼 한시적 기억이니까


분리만 잘 해서 수거함에 넣으면 한주가 산뜻하다


제과점마다 단팥빵 맛이 다른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처럼 우리는 모두 비밀 주머니의 무늬가 다르다


비밀의 포만감이 얼굴빛으로 나타난다고 마스크로 가려봤자 뒷통수에 고스란히 섬세하고 가지런한 바코드가 있어서 눈대중만 대봐도 그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