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Aug 31. 2022

나의 초능력들 39

엄두내기 : 불가능의 가능성

참을 수 없는 불가능의 가벼움이여!


가능하지 않은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 사이에 가로막은 엄두라는 큰 벽이 버티고 있었다. 아무도 그 벽에 창을 내거나 문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엄두는 늘 그렇게 내지 못하는 불가능의 무엇이었다. 막상 작은 힘을 가하자 그 벽은 흔들리다가 이내 무너져 내렸다. 분명 끄떡없을 거라고 믿은 그 마음이 벽을 견고하게 만든 것이다. 그 안에 고이 모셔진 불가능한 것들은 여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놀랍게도 가능했던 익숙한 것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애초부터 불가능은 존재 자체가 가벼웠다.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도 불과 얼마 전에는 불가능한 부류에 속해 있었다. 내게는 글쓰기가 그러하다. 어찌 가당키나 한 것일까. 말보다 오래 남고 말보다 비문을 용납하지 않고 말보다 문장이 탄탄해야 하는 이 불가능한 일을 엄두 낼 수 없었다. 그저 언저리에 쭈그리고 앉아 일기 정도나 끄적거리고 동경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불가능의 벽을 무너뜨린 계기는 단순했다. 팬데믹이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기존의 가능한 것들을 온통 소멸시켰다. 그 끝에서 비명 같은 글쓰기를 소리 없는 환호처럼 내질렀다. 절실한 순간에는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완벽해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형태로 그 무엇도 가능해진다.


불가능한 것들은 태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채로 내버려 두기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불가능은 완료가 아니라 가능 이전의 어떤 상태일 뿐이다. 그것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벼운 시도에 있다. 가벼움은 대충이 아니다. 순수를 의미한다. 순도 높은 뜨거움이 증기처럼 묵직하게 보이는 불가능을 전복시키고 전환할 것이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불가능을 가벼이 여기고 엄두를 내 보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무모한 슬로건도 아니고 막연하고 대책 없는 긍정성에 대한 자기 착취도 아니다.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트라우마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쯤으로 여겨도 될 정도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불가능한 하루가 또다시 주어졌다. 오늘내내, 순간마다 엄두를 내지 않는다면 소중한 내 삶의 한 순간이 불가능한 모습으로 소멸되고 만다. 적어도 그 꼴은 못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