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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03. 2023

어쩌다, 시낭송 054

맞는 순간이 틀리는 시작점

I      이별하는 순간 만남이 시작된다


모두가 박수를 칠 때가 위험하다.

자칫 옳다고 믿기에 편한 착각의 순간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잠시 멈추어 냉정해지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이 방식이 틀리기 시작하는 전환점이라고 단정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것의 올바른 증후들은 곳곳에서 발견되거나 경험한 바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 2학년생 증후군 Sophomore Syndrome이 그러하다.

왜 두 번째는 그토록 서툰가.

정점을 찍지 않은 자,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박수받지 않은 자가 소포모어 신드롬을 겪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높이를 가지지 않고 추락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특히 정답이 없는 삶의 형태에서 이는 적용된다.

술과 노래로 단합대회를 화끈하게 하고 나서 오히려 썰렁해지는 사무실 분위기가 그러하고 

멤버십 트레이닝을 위한 여행에서 돌아온 후 팀 소속감이 느슨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거다!'라고 판단하는 순간이 '이것이 아니다!'로 바뀌기 시작하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익숙해진 일과 관계들은 언제나 당연할 수 없다.

호시탐탐 등짝을 내게 보여줄 틈을 노리고 있다.




II    올해의 다이어리가 서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다이어리의 디자이너는 1월과 2월의 페이지만 고민하면 된다.

3월부터는 공란으로 비워두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이곳을 침범한 이들이 극히 드문 오지에 가까운 덕분에.

점차 다이어리들이 페이지 귀에 걸어놓은 달을 지우고 있다.

꼭 그 시기에 쓰지 않으면 폐지가 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우리는 호랑이가 아니기에 가죽 대신 다이어리를 남긴다.

그간의 다이어리만 모아서 1월치만 정리하면 나는 치밀한 계획의 남자가 될 것이다.

12월치만 모은다면 나는 세상 더없는 한량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두렵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드러나지 않을 습성의 허약함이 어설프게 시작해서 드러난 것이다.

모든 일들은 끝까지 해냈을 때의 장점의 크기만큼 중도에 포기했을 때의 치명타가 크다.

하다가 포기하면 한만큼 이득이 아니라 아니 한만큼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III    외부에서 받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내는 상처가 치명적


https://youtube.com/watch?v=gJVHrxQo1iY&feature=shares

상처_조르주 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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