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r 09. 2023

어쩌다, 시낭송 060

촉감 > 교감 > 공감

I    당신이 진실로 공감해 준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드릴게요 


사물과는 촉감할 수 있으나 교감이나 공감을 할 수 없다.

사물에는 감정이 없기에 교감 이상은 불가능하다.

동물과는 촉감과 교감을 할 수 있으나 공감은 할 수 없다.

동물에게는 주장이나 의견이 없기에 공감은 불가능하다.

동물에게는 감정이나 욕망이 행동으로 표출되나 언어의 부재로 공감까지 가 닿을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만 촉감, 교감과 공감을 모두 할 수 있다.

공감은 언어의 보유가 불가피하다.

언어는 존재를 가두는 집이자 존재를 구성하는 울타리다.

반드시 발화되는 언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침묵한 채 생각을 하면서도 언어로 사고한다.

겉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을 할 때에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말하는 것으로 공감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

말은 성글거나 모양변형에 능수능란해서 포장이나 화장으로 본래의 모습을 쉽게 변신할 수 있다.

공감을 위해 말을 사용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공감은 사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인 촉감이나 동물에 대한 진정한 태도인 교감을 뛰어넘는 고도의 집중과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어설픈 촉감과 엉성한 교감은 그 뒤에 돌아오는 대가가 가혹하지 않지만 불성실한 공감은 그 대가가 지진보다 참혹하고 천둥보다 오금 저린다.


 


II    일방통행에 대한 별 가벼운 생각 끝에 물음


도시가 빽빽해지자 도로가 실핏줄처럼 구석구석까지 뻗는다.

비포장도로는 낭만적인 과거의 기억으로 박제된 지 오래다.

자동차 두 대가 마주 보고 지나갈 수 없는 골목길도 많아졌다.

한 대만 겨우 지나갈 길이 커다란 도로 사이에 위치할 경우 일방통행만 허용된다.

한쪽 방향으로만 열어둔 좁은 길은 반대편에서 불쑥 나타날 염려는 잠재운다.

내가 갈 길만 바라보면 되기에 안정감을 준다.

때로는 가까운 길을 돌아서 가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일방통행이 안전속도를 위반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부정적인 점도 나타나지만 대체로 교통체증의 빈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스템이다.

그런데 왜 인간관계에 인용하면 부정적으로만 느껴질까.

'일방'이라는 단어가 '일방적'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져 '불통'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일방적 의사표현이 어떤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유의미한 도구로 사용되려면 어떤 전제가 있어야 할까?  




III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 기. 를. 먹어야 하는데


https://youtube.com/watch?v=L6SJqbTG4wk&feature=shares

눈물은 왜 짠가_함민복

이전 19화 어쩌다, 시낭송 05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