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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2. 2023

어쩌다, 시낭송 063

욕조에 몸을 담그는 시간

I   내 몸에 닿은 물이 펜이 되는 순간


처음은 폭포소리 같다.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는 나의 정신을 깨운다.

물이 채워질수록 요란하던 소리는 잦아든다.

샤워를 할 때와는 다른 반신욕이다.

물이 머리부터 닿느냐 발끝부터 닿느냐는 몸의 자극부터가 판이하다.

쏟아지는 물에 내 몸이 놓여있는 것과

고여있는 물에 내 몸을 던져지는 것은 다르다.

샤워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반신욕을 할 때는 깊이 있는 구상으로 빠져든다.

세수를 하든 샤워를 하든 비를 맞든 물이 몸에 닿으면 내 안의 스위치들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모든 스위치가 순간 켜지기도 하는데 일부는 짧게 켜졌다가 꺼지기도 한다.

그것은 감각이라기보다는 감성이나 감정의 성질에 가깝다.

물을 촉각 하는 것이 아닌 물을 촉매로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불속에서 공기와 접촉하며 빈둥거리는 것과 다른 작용을 기대하게 한다.

 아이디어들의 8할은 이불속 펄럭이는 바람과 샤워기의 물줄기에서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욕조 속 생각이 짙어갈수록 내 몸의 때는 불어 간다.

이태리타월로 민 때를 모으면 한 줌의 탄탄한 글이 된다.

때에 맞게 기획하고 때에 맞게 글을 썼다면 그것은 나에게는 타이밍의 때가 아닌 욕조 속의 때가 맞다.




II   낭송의 쓸모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시를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낭송을 한다.

시낭송이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쓸모없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시낭송을 하는가!

간단히 시니컬하게 답해도 될 것이다.

꼭 쓸모가 있어야 해?

이런 답은 옳지도 않고 맞지도 않다.

물론 나 또한 답을 쥐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은 성실하게 접근하고 싶다.

시낭송은 자연의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그러한 행위가 하나쯤은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을 닮아가려는 원초의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시낭송은 인간이 고뇌한 뒤 내뱉는 첨단의 언어인 시를 가지고 본능에 가까운 말하기와 호흡의 중간지점의 발화를 한다.

그러면서 심상이라는 이미지 상상을 덧붙인다.

타자와 다투거나 해치지 않으며 나를 더 나은 나로 발돋움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쓸모 너머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III  내 삶을 지배하는 것들을 불러본다


https://youtube.com/watch?v=hgYsJuX4LOY&feature=shares

태양에게 바치는 이력서_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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