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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5. 2023

어쩌다, 시낭송 066

여성의 연대와 우정에 관한 추천 영화 2편

I    이 리뷰에는 줄거리도 없고 스포일러도 없습니다


여성에 관한 영화 2편을 스무고개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두 영화는 여성이 주인공이고 영화 내내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두 영화는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긴다.

한 영화는 여성감독이 연출하고 한 영화는 남성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영화는 여성의 연대를 다루고 한 영화는 여성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한 영화는 사회에 저항하고 한 영화는 개인과 갈등한다.

한 영화는 12,000명의 타자를 구하고 한 영화는 나 자신을 찾는다.

한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한 영화는 1960년대를, 한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영화는 고쳐야 이해되고 한 영화는 받아들여야 오해하지 않는다.

두 영화는 여성끼리의 이해와 오해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한 영화는 남성보다 아름다운 연대의 방식을,

한 영화는 남성보다 숭고한 우정의 형태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한 영화는 여성의 육체를 사회적 관점에서 파헤치고,

한 영화는 여성의 정서를 상호적 교감으로 파고든다.

한 영화는 시대의 야만성을, 한 영화는 관계의 일방성을 엿보게 한다.

한 영화는 상영 내내 목적지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듯 직진하고,

한 영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 복잡하다.

두 영화는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현재에도 그 질문들은 유효하다.

한 영화는 필기스 나기 감독의 콜 제인 Call Jane이고,

한 영화는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다.




II    관찰하지 않으면 한 문장도 쓸 수 없더라  


오후 시간이 한가해서 연필을 필통에서 꺼내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사무실 한편에 서 있는 파키라가 만만해 보였다.

자세히 그리고 싶어 의자를 바짝 당겨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전체를 그리려던 다짐은 기다란 잎을 하나 그리면서 어그러졌다.

평소 대충 보았던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 안에 우주가 있었다.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수많은 잎맥들.

어느 잎도 크기와 모양이 동일한 것이 없다.

인간만 지문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잎마다 가진 흉터들, 시든 흔적들...

서로가 자라날 길을 내어주는 무언의 배려들.

하나의 선을 그리기 위해 수십 번 수 백번의 쳐다봄이 있어야 했다.

자꾸 들여다보니 식물이 동물로 보이기 시작한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어 본다.

무어라고 내게 속삭이는 것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III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https://youtube.com/watch?v=K1_AIg066Qs&feature=shares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_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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