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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6. 2023

어쩌다, 시낭송 067

너는 온통 중의적이야

I    얼마나 다행스럽니


이제부터는 빠져나갈 곳을 미리 마련해 두는 거야.

소녀는 소년을 보자마자 오른손을 머리 위로 비스듬히 들었지.

소년은 달려가 소녀에게 반갑다고 손을 내미네.

소녀는 갑자기 고개를 내민 태양빛이 눈부셔 그늘을 만들려고 손을 들었다니. 아뿔싸!

얼마나 다행스럽니.

주먹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보자기 말고도 무수히 많다는 것이.

놀라운 광경을 보면서 입을 벌린 것이 누군가에겐 하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커피에는 수많은 이름이 지어져 불려질 거야.

올해에도 3월에는 32일이 없는 건 32일이 오기도 전에 사람들이 4월을 달력을 걸어버린 탓일 테지.

서둘러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들이 많아서일까. 

아무도 모르게 쌓여가네.

그 시나브로 쌓인 것들을 미생물들이 야금야금 먹으며 그 배설물로 그들의 집을 짓지.

문패에는 미생물의 어금니로 깊이 파내어 새긴 시와 같은 이름들이 박혀 있을 거야.

'더듬이를 굽히지 않는 이가 사는 방'

처연하게 부르는 인디 가수의 노래는 낮달 같아서 좋아.

불필요한 것을 내게 쥐어주는 것 같아.

바닥에 내려놓던지 그대로 품던지 어느 쪽도 유리하지 않는 것들의 선택이 유독 가슴 뛰더라.

어떤 결정도 나를 위협하지 않아.

늘 숨 가쁜 선택이 나를 숨 막히게 했잖아.

어떤 결정도 나를 몰아세웠던 거야.

궁리하는 사이에 궁지에 몰려 있기도 하고.

얼마나 다행스럽니.

너의 답은 온통 중의적이야.

상당히 외교적이라서 고급스럽기도 해.

언제 그토록 많은 답안지를 생성하는지 그것은 인공지능이 따라잡기에도 벅차지.

순간 그런 생각에 미치기도 해.

여러 개의 방을 가지고 있으면 좀 더 삶이 윤택해질 수도 있겠다는 그런 비슷한 느낌도.

 



II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해요


항상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은 기대에 어긋나는 것과 나란한 평행선.

사람들은 왜 기대를 하지 않고 건다고 말할까.

자꾸 그러니까 기대가 도박 같다.

도박은 늘 승산 없는 스토리.

기대를 거니까 매번 수포로 돌아가는 거다.

기대를 이제는 그만 벽걸이에 걸어야지.

기대를 더 이상 받지 않을 전화처럼 걸지 말아야지.

기대를 그만 기대하고 그저 기대가 있을만한 곳에 가만히 기대기만 해야지.




III    잘 가라는 손짓이면서도 동시에 잘 있으라는 손짓일지도


https://youtube.com/watch?v=RwxrHFTtvUU&feature=shares

동시에_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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