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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8. 2023

어쩌다, 시낭송 069

내가 아무리 서툴러도 맡길 수 없는 것

I   내 삶의 근본적인 물음은 집단지성이 답할 수 없다


막막하고 답답한 내 삶의 문제를 가지고 타인에게 시시콜콜 조언을 구하는 어리석음에 누구나 유혹당하고 마침내 손을 내주고 만다.

그것은 손쉬운 판단유보이자 책임전가.

특히 욕망이나 욕구, 진로, 행복, 사랑, 우정 등 마음이 작용하는 일련의 질문들이 그러하다.

행동하기 전에 내가 만드는 질문의 의도가 나약하고 의존적이기에 더욱 취약하다.

충언이나 조언이나 모두 헛다리를 짚는 행위.

예컨대 내가 글을 써볼까라는 질문은 나 다이어트할까의 물음처럼 무책임하다 못해 무의미하다.

적어도 이러한 질문은 타자로 이어져 함께 공명할 수 없음을 수용하는 것부터가 독립적이고 확연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거머쥐는 시작점이다.

나의 물음은 절실하고 타인의 답변은 느슨할 것이 분명하다.

탄력 없는 조언들은 나를 제대로 영향권 안으로 밀어 넣지도 못하고 변죽만 두드린다.

본질은 옆으로 밀어 두고 유대만 도드라질 것이다.

타인의 인생 설명서는 나만의 언어로 아로새겨져 있기에 어느 누구도 개입해 판독불가하다.

힌트도 어불성설.

애초부터 그 질문들은 나에게만 향해 있다.

나만이 질문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만이 연산가능하다.

이런 질문들은 타인에게는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거울 속의 피사체에 불가하기 때문이다.




II   타인보다 나를 향해 용기를


용기는 타인보다 나를 향할 때가 더 어렵다.

나 스스로 멱살을 잡을 수도 다그칠 수도 없다.

내가 나에게 깊이 묻지 못하는 건 믿지 못해서다.

그래서 나보다 더 못 믿을 타인에게 묻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를 놓치고 잃은 상태다.

어떤 결정에 있어선 못 믿을 나를 기다릴 용기가 없어서다.

그러니 빠르고 안전한 오답을 남으로부터 받아 들고 편안해한다.

나를 기다리는 것은 타인을 기다리는 것보다 외롭기 때문이다.

언제나 용기는 그 외로움과의 사투다.

누구나 자신과의 싸움을 피한다.

이겨도 져도 별 이득이 없다는 착각이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데 말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

그리고 너그럽게 답할 시간을 주어라.

나는 누구보다 책임감을 발휘해 최선의 답을 고민할 것이다.

나를 모처럼 믿어주고 기다려준 나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게 하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는 놀랄만한 부수효과를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인데...

그것은 양질의 답안지보다 돋보일 더 웅장하게 변모한 나 자신이다.

그야말로 외로운 시간이 잉태한 강한 나를!




III   거울 속에 내가 있소


https://youtube.com/watch?v=Y6B5Rfg6KS8&feature=shares

거울_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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