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계단을 마주한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설치된 가드봉이나 이제는 당연한 스크린도어 등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이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사회적 후회의 흔적이다.건축된 반성기념비는 곳곳에 즐비하다.
한쪽 4차선 도로를 막고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중이다. 가슴마다 대형언론사 대회명이 국기처럼 펄럭인다. 호흡소리와 표정을 보니 내 앞을 지나는 지점이 풀코스에서 정점인 듯하다.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지만 각각의 달리는 이유는 다르다. 결승선에 다다르면 달리기전의 이유가 달라질까 해소될까.
극장 한편에 마련된 스낵코너에서 연인 한 쌍이 벚꽃같이 만개한 팝콘과 둘 사이의 달콤함을 수시로 식혀줄 소다를 한 아름 품고 지나간다. 소풍 가는 날보다 설레는 소풍 전 날 같은 들뜬 마음이 얼굴에 피어 봄이다. 옥수수가 없다면 무엇이 이 설렘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문득 옥수수에게 달려가 수염에 감사의 리본을 달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