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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21. 2023

어쩌다, 시낭송 072

모르고 지나가도 몸에 해롭지 않은

I    음력에는 2월이 가장 풍성하고 지루해요  


오늘은 음력 2월 30일.

익숙하지 않은 달과 날의 조합이 신기하고 신비롭다.

양력에는 2월에 29일도 귀한데 음력에는 2월이 차고 넘친다.

그것으로도 못내 아쉬운지 내일부터는 윤달 2월이 이어진다.

올해에는 2월이 풍년이다.

게다가 춘분.

낮과 밤의 균형을 맞추는 날.

1년 중에서 363일이 불균형이다.

불균형이 일상이고 정상이다.

절반으로 나눠진 듯 보이나 약간의 기울어진 상태에서 일상을 보낸다.

밤으로 기운 상태를 오래 지내다가 균형이 맞춰지자 낮이 엄청 길어진 기분이다.

춘분에는 나무에 귀를 기울여 본다.

나무의 소감이 사뭇 궁금해진다.

나무에 가까이 몸을 붙이고 있으면 나無가 된다.

사사로운 내가 없어진다.

사특한 내가 사라져야 비로소 나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쩌자고 나무의 허리를 가르고 나무의 나이테만을 헤아리는가.

나무의 나이는 인간의 나이와 달라서 1년을 주기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만이 1년이 삶의 주기이고 성장의 사이클이라고 인식한다.

나무는 알고 있다.

순간마다 존재의 나이테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II    생각해 보니 너를 부를 때마다 내가 뒤를 돌아본 것 같다     


자신의 딸 이름을 상호명으로 사용하는 어느 시나리오 작가지망생이 운영하는 찻집에 갔다.

나는 그 명칭의 근원을 묻지 않고 스스로 유추하기를 즐겼기에 틀린 풀이를 주문한 밀크티가 식을 때까지 반복했다.

-a안에 b가 있다

-서술형 종결어미를 붙여 대박기원을 염원하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유기농 케이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든 짐작은 빗나갈 때 다른 색깔의 희열이 있다.

비껴가면서 진실은 섬광처럼 순간 번쩍이며 아쉬운 탄성이 젊은 남자아이의 눈빛처럼 강렬하게 점멸한다.

정통으로 들어맞는 것들은 얼마나 모호한 여운으로 남았던가.    

진실은 케이크 속에 듬성듬성 박힌 과일조각들을 체리피킹할 수 없다.

온전히 케이크를 집어 올린 포크마저 삼켜야 근접해지는 법.

오늘은 진실을 만나기 두려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주먹을 꺼내 다시 호주머니로 집어넣었다.




III    봄이다 부디 눈감지 마라 부릅뜨고 세상을 보라


https://youtube.com/watch?v=QTLV5wzZODE&feature=shares

멀리서 빈다_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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