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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9. 2023

어쩌다, 시낭송 070

명랑한 풍경들

I    내 앞에 펼쳐진 유니버스


지하철 계단을 마주한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설치된 가드봉이나 이제는 당연한 스크린도어 등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이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사회적 후회의 흔적이다. 건축된 반성기념비는 곳곳에 즐비하다.


한쪽 4차선 도로를 막고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중이다. 가슴마다 대형언론사 대회명이 국기처럼 펄럭인다. 호흡소리와 표정을 보니 내 앞을 지나는 지점이 풀코스에서 정점인 듯하다.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지만 각각의 달리는 이유는 다르다. 결승선에 다다르면 달리기 전의 이유가 달라질까 해소될까.


극장 한편에 마련된 스낵코너에서 연인 한 쌍이 벚꽃같이 만개한 팝콘과 둘 사이의 달콤함을 수시로 식혀줄 소다를 한 아름 품고 지나간다. 소풍 가는 날보다 설레는 소풍 전 날 같은 들뜬 마음이 얼굴에 피어 봄이다. 옥수수가 없다면 무엇이 이 설렘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문득 옥수수에게 달려가 수염에 감사의 리본을 달아주고 싶다.




II   좋다는 건 다정하다는 말이겠지


절교할 것이 아니라면 다정한 편이 좋다.

A3종이는 반으로 접어야 손가락사이에 끼기 좋다.

백 년 전의 사람들은 소문을 듣기 좋아했지.

소식을 가지지 않은 자는 무능하다고 무시당하지.

여전히 이야기를 기진 자는 힘이 세다.

진실이 아니어도 진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한 번도 겪지 않은 것을 쓴 적은 없다네.

그렇다고 한 문장도 겪은 것을 그대로 쓴 것 또한 없다네.

그것이 다정한 제스처였다면 그것으로 좋은 거네.




III    말이 달리며 바람을 낳고 있네


https://youtube.com/watch?v=7pcjxjTgGJs&feature=shares

바람의 말_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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