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하면 장악한다
우리는 가끔 새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기 위해 찾아가는 길을 이미지로 요구할 때가 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하철역 출구부터 사무실 입구까지 큰길을 중심으로 도중에 맞닥뜨리는 사거리와 알아차릴만한 상호명과 건물들을 표기한다.
단 한 번도 공중에서 바라본 적이 없는데 내가 그린 약도는 새의 시선 Bird's Eye View이다.
날마다 빠짐없이 걸어간 그 길은 어느새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처음에는 지면과 같은 시선으로 길을 인지하다가 점점 몸이 떠올라 새가 된다.
160년 전 전국을 돌며 대동여지도를 그린 고산자도 그러했으리라.
반복하면 그것은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익숙하다고 느끼는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매너리즘은 고속도로에서의 터널이다.
글쓰기는 반복을 필요로 한다.
자꾸 쓰니까 쓴다는 것의 익숙함이 당연한 지속이 되리라 판단하지만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오는 길의 이미지와 가는 길의 감각은 판이하다.
오다가 갈 길의 풍경을 훔쳐보는 것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래야 길의 평면이 입체적으로 재현된다.
늘 가는 길의 경로를 이탈해 작은 골목을 돌아 목적지로 가는 것은 이러한 감각을 확장하는데 기여한다.
글쓰기도 내 안의 다양한 감성의 근육을 활용해야 진화한다.
결코 단조로운 글쓰기로는 하찮은 약도를 그릴 때보다 미약한 장약력에 그칠 것이다.
반복하면서 새의 시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점검할 시점이 되었다는 명징한 징후다.
언제나 설득은 빗나가더라 유혹하지 못하면.
글을 쓰는 것은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더라 꿈을 꾸는 거지.
희망은 낙관하는 것만이 아니더라 좌절 후에 털고 일어나 보니.
시낭송은 시를 낭랑하게 읽는 것이 아니더라 내 이야기를 품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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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_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