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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4. 2023

어쩌다, 시낭송 065

인생을 모르니까 자꾸 쓴다

I    내 맘을 내가 모를 때 말이 많았었구나


처음에는 글을 쓰면서 많이 알아야 잘 쓰는 줄 알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쓰려면 샘처럼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지식이나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 

한 때는 어제도 쓰고 오늘도 써도 계속 쓸 것이 산더미였다.

그렇게 백 일을 쉬지 않고 쓰다 보니 한 권의 소설책이 완성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도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여전히 쓰고 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물음에 답을 하거나 

아무도 응답해주지 않을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왜 이리 무수한 글들을 비명처럼 뱉어내고 있는지를.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난 갓난아이의 옹알이처럼

나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자백하고 있는 중임을.

너무도 모르니까 

여전히 모르니까

이토록 글을 쓰는 것이다.

자꾸 허공에 손짓을 하듯이 물 위에 글을 쓰듯이

매일 휘발되고 말 이야기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저 까마득한 시간 너머의 나에게 타전하는 것이다.

오래 전 아무것도 몰라서 쓸쓸했던 과거의 나를 거울처럼 바라보라고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속적인 글쓰기는 의지나 요령보다는 절실함이나 용기에 가까운 듯하다.

WHAT은 채워 나가면 되지만 WHY가 허약하면 쉬 지치거나 자주 주저한다.

이제껏 어떻게 쓰지? 뭘 쓰지?라고 물으면서는 한 줄도 써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왜 글을 쓰는 걸까?라고 자문해야 글문이 트여 무엇이라도 쓸 수 있다.

글쓰기에 무슨 정답이 있겠냐마는 자신만의 일관된 화두는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글쓰기의 방향키일 수도 있다.

방향을 가져야 속도를 내거나 나아갈 수 있다.

글쓰기는 스포츠와 같은 다이내믹한 행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해야 근육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운동선수들도 비슷한 화두를 가져야 결국엔 운동을 하는 삶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왜 내가 운동을 하는가?'는 '어떻게 운동을 하는가?' 보다 훨씬 철학적이고 내면의 공명이 커서 삶 전체를 흔들고 조율한다.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날마다 쓰는 글을 하찮지 않게 하는 것은 문장력도 아니고 기교도 아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의 질이 아닐는지. 




II    세상에서 토마토가 제일 좋아


작은 소쿠리에 담긴 방울토마토.

생긴 것은 모두가 비슷하지.

어쩜 맛들은 같은 것이 없을까.

새콤하며 단 것. 

야채같이 심심한 것.

풋내 나는 아삭한 것.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고 싶네.

그래도 하나로 퉁치며 부르는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를 하나 먹고 하나 먹고 또 먹는 것은

크기가 작아서 성에 안 차 먹는 것이 아닐 거야.

아까와 다른 맛을 기대하는 그 맛이 있어서지.

세상에는 방울토마토의 수만큼 방울토마토의 맛이 있는 것 같아.




III     인생을 모르니까 자꾸 쓴다


https://youtube.com/watch?v=H9S89_ggKMs&feature=shares

모른다_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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