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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스물네 시간이 너무 짧을 정도로 일과가 바쁘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 마저 지워버린다면 나는 그저 바쁜 인간일 뿐이다. 멈추지 못하는 인간은 욕망 기계에 불과하다. 오늘은 제대로 멈추지 못해 밤까지 글쓰기를 미루었더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글을 쓰고 시작한 하루와 그렇지 못한 하루의 무게는 다르다.
가속페달을 너무 밟았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쾌감을 느끼다가 이내 무뎌졌다. 이때 브레이크를 밟았다. 주위가 보였다. 지금의 위치가 분명해졌다. 과정이 온전히 펼쳐지고 목적지에 대한 이미지도 또렷해졌다. 사이드 미러에 앉은 나비가 보였다. 이제껏 달려온 것은 나비의 멈춘 날갯짓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바빠지면 우선 몸을 멈춘다. 몸이 바빠지면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킨다. 속도에 둔감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모든 전원을 일시 오프한다. 효율적이지 못한 듯 보이나 인간은 원래 효율과 무관하게 설계되어 있다. 팔다리를 가지면서 굳이 직립보행이라는 불안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나. 더 늦어질 각오는 진즉부터 해왔다.
가만히 멈추어 1분을 견뎌본다. 무한을 느낀다. 고작 60초가 영원과 조우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살아가는 순간과 죽어 가는 순간의 접점을 느낄 수도 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거슬러 올라가 왜 사는가의 근원적인 물음까지 안고 돌아오는 보너스도 얻는다. 24시간을 바쁘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고 속삭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