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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하고 앙상한 내 방 책상 앞에서... 나는 쓴다.
글은 내 영혼의 구원이다.
... 늘 그래왔듯 혼자이며, 앞으로도 늘 혼자일 것이다.
... 내가 쓰는 글, 나는 그것이 형편없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상처 입은 슬픈 영혼 한 둘에게만큼은,
내 글이 한순간이나마 더욱 형편없는 다른 일을 망각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나이고 싶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다.
글쓰기는 나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란다.
페소아 그조차도 자신의 글을 폄하한다.
형편없는 글쓰기의 선두주자이자 대표 작가인 나로서는 페소아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거기에 한 술을 더 뜬다.
자신의 글이 상처 입은 이들에게 한 순간이나마 글로서 더욱 형편없는 다른 일을 잊게 해 주니 이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냐고 글쓰기를 옹호한다.
그러자면 외로움과 고독한 시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그리고 글쓰기는 오로지 내가 나이기 위한 절절한 몸부림이어야 한다고 외친다.
글쓰기는 나도 구원하고 타인도 돕는 일이구나.
이런 1석2조의 인간 행위가 또 있을까.
무용해 보이는 글쓰기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유용의 행위였다니!
페소아 덕분에 다소 늘어진 긴장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하루에 하나의 글만 써나가도 일 년 365명의 상처 입은 영혼을 도와주게 된다.
소홀할 수가 없다.
멈출 수가 없다.
펜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쓸거리가 없다고 투덜댈 새가 없다.
쓸 시간이 없다고 투정 부릴 여유가 없다.
가진 것이 없어 남을 도울 수 없다고 핑계 댈 수가 없다.
나의 영혼을 타인이나 밖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
내가 긴 시간 페소아를 지켜본 결과 거짓을 말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의 말은 믿어도 잃을 것이 없다.
영혼을 구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보다 앞서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