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17. 2023

불완전연소

0370

이른 새벽 눈을 뜨고

고요한 마음에 고운 생각이 들면 좋을 텐데

그 자리를 주책없이 비집고 들어온다.

자꾸 지난 서운함이 밀려오고

자꾸 지난 억울함이 밀려오고

자꾸 지난 후회가 막 밀려오고

자꾸 지난 속상함이 밀려오고

자꾸 지난 잘못이 훅 밀려오고


밀물처럼 조용히 내 안으로 밀려오는데

버틴다고 버텨본다.

휩쓸리지 말아야지

휩쓸리지 말아야지

휩쓸리지 말아야지

밀려오는 생각들에 나약하게 기대는 순간

어리석게 무너질 것이다.

헛된 다짐으로 스스로 옥죌 것이다.


비켜서서 다시 생각해 본다.

그것이 서운할 일인가.

그것이 억울할 일인가

그것이 속상할 일인가

그 후회와 잘못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점령당한 폐허를 상상해 본다.


그사이 태양이 떠오르고

창밖의 소음이 늘어나고

방안의 사물이 드러나고

책상 위 계획이 일어나고

오늘의 운세가 활기차고

베란다 꽃잎이 싱싱하고

다른 생기가 밀려오는데...


나쁜 각오를 섣부르게 품지 않도록

밀려오고 있는 것들을 넌지시 바라본다.

항상 불편한 것들이 먼저 서둘러 밀려오고

다행스러운 것들이 나중에 서서히 밀려온다.


다시 돌아보니 첫 번째 밀려오는 것들은 온통 불완전 연소였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그을음 같은 것.

온도가 낮아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같은 것.

그저 타오를 때 산소가 다소 부족했던 탓이다.

크게 심호흡해 본다.

더욱 선명해진다.

밀려오는 것들의 참모습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