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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눈으로 읽기와 입으로 읽기다.
묵독과 음독은 둘 다 책 읽기이지만 과정과 특징은 사뭇 다르다.
속으로 소리 내지 않고 읽느냐 겉으로 소리 내어 있느냐이니 소리가 그 기준이 된다.
묵독은 빠르게 활자를 훑으면서 내용파악 위주로 읽어낸다.
조금 나아가 속도의 차이에서 묵독은 정독까지 가능하다.
음독은 눈보다 느리며 시작부터가 정독에 가까우며 리듬 위주로 읽어나간다.
조금 나아가 리듬의 차이에서 음독은 낭독까지 가능하다.
학습의 목적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이유로 묵독을 활용한다.
음독은 이미 작성한 글의 퇴고시에나 문장을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시도한다.
여기에서는 음독에서 낭독까지 걸쳐진 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니 앞으로 언급하는 읽기는 말 그대로 '소리 내어 읽기'를 통칭한다.
읽기는 필사처럼 온몸으로 밀고 나가야 가능하다.
한 음 한 음을 정확하게 소리로 관통하지 않고서는 청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활자보다 친절해야 하는 것이 읽기다.
시각보다 청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더 꼼꼼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읽기는 왜 중요한가.
필자는 졸저 <성우의 언어>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2924134
말하기의 기본은 읽기입니다
획일화된 스피치 훈련보다는 내 목소리로 활자를 정확하게 읽어나가는 연습이 오히려 말하기에 영향을 준다는 원리를 22가지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거창하게 연기가 아닌 말하기가 막힐 때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오디오북을 제작하면서 더 분명하게 실감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310?nav_hidden=y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7125
읽기를 단순하게 발음을 교정하는 수준으로 활용한다면 읽기의 장점을 일부만 읽어낸 탓이다.
말하기로 가는 과정에서 읽기를 성실하게 관통한 이와 말하기 자체에만 매몰되어 훈련한 이의 결과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논리적으로 구조가 성근 말하기에서의 문장과 탄탄하게 짜인 책에서의 문장을 소리 내는 것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말하기를 통한 말하기는 모방이나 흉내의 말하기로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읽기를 통한 말하기로의 접근은 자기 본연의 리듬에 충실해서 개성을 창조할 수 있다.
좋은 스타일을 가져오느냐와 유일한 스타일을 만들어내느냐에서 읽기는 후자의 스타일을 돕는다.
타인에게 방해하지 않는 공간에서의 읽기라면 소리 내어 읽기를 시도해 보길 권하고 싶다.
온전히 책 한 권을 자신만의 오디오북으로 만들어보라.
한 권 두 권 쌓여갈수록 읽기의 안정감뿐만 아니라 말하기의 감수성도 더불어 향상될 것이다.
다시 소리내어 읽기가 붐을 일으킬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