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탁지 않은 잡념들이 하루 온종일 내 안을 들락날락하고 있어.
차라리 자리를 잡고 들어앉으면 진지하게 걱정이라도 할 텐데.
언제나 분주한 마음은 번뇌로 가득하고 제 때에 알맞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런 날에는 일상을 마구잡이로 구겨 가방에 넣어 어디론가 초록이 많은 곳으로 떠나야지.
그런 마음은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봐.
도시에서 초록을 찾아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스타벅스로 몰려드는 걸 보니.
커피에서 초록색 풀내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네.
하던 일을 멈추고 쓰던 문장에 마침표도 찍다 말고 지하철에 올랐지.
우르르 떠밀리다 보니 어느새 1호선에 있더군.
시청에서 내릴 거야.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야지.
아궁이의 돌처럼 달궈진 여름 한낮의 돌담에 볼을 비비며 노래를 부른다면 어떤 게 좋을까.
수많은 이별노래가 아로새겨진 길을 걷다 보면 은하수로 이어지는 오솔길도 나올 테고.
길 잃은 다람쥐와 어깨동무하고 빈틈없이 날씬한 꽃사슴을 험담할지도 모르지.
굽이진 길을 걷다가 카페에 가려고 해.
편의점보다 많은 카페를 가진 나라잖아.
선택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미션을 가지지 않으면 어느 카페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헤매지.
오늘의 미션은 다섯 글자로 된 카페에 가기로 혼자 정했어.
한참 길가의 카페 간판들을 더듬다가 어느 성인의 이름을 가진 북카페에 들어갔지.
가장 실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전통차를 마셨네.
북카페에서는 책을 읽지 않고 벽장에 꽂힌 책들의 등을 두드리지.
북소리가 들렸어.
둥둥둥둥
사무실을 나와 무턱대고 북쪽으로만 걸음을 내딛다가 들은 소리는 결국 북소리였지.
단절을 학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속이 이토록 부작용이 많을 줄이야.
지치지 않고 하는 일들이 모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걸 너도 보아서 알잖아.
북소리가 연속이라면 더 이상 북소리가 아니듯이
나의 돌아오는 발걸음은 겅중겅중 띄엄띄엄 내딛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