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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5. 2023

요약하지마

0398

작심하고 한반도에 눌러앉은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도서대담회에 다녀왔다.

문학 연구가 아라이 유키의 신간을 매개로 한국작가와 서평가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주제는 말言이었다.

사회적으로 빈약한 언어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끔찍한지를 알려진 사건과 개인 체험을 들어가며 이어갔다.


잠시 대담을 뒤로하고 책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격려하는 말이란 게 존재할까 반문한다.

우리가 흔히 격려할 때 쓰는 말

힘내!

지면 안돼!(일본에서는 잘 쓰나 보다)

괜찮아!

'힘내'라 말은 '질타격려'라고 할 수 있으며 순수한 격려의 말이 아니란다.

오히려 야단치거나 상대와 거리를 두는 말이라고 한다.

또한 상대의 약함을 전제하고 밀어붙이기식이니 격려나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대한다'는 말도 탐탁지 않아 한다.

기대에는 크고 작은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으니 무겁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차라리 '희希대'라는 표현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혀라는 말랑한 칼로 수많은 말을 요리해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구해내기도 하는가.

말에 대한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요즘이다.

모든 갈등과 반목에는 말이 중심에 박혀 있다.

말로 천 냥 빚까지는 아닐지언정 건너지 않아야 할 강은 건너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의 말들을 다시 꺼내놓고 돌아볼 일이다.


저자 아라이 유키는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를
함부로
요약하지마





*아라이 유키_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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