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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27. 2023

출간 허니문 VIII

0410

표지디자인 수정작업으로 예정 입고일보다 사나흘 늦어진다는 출판사 측의 전언이다.

이로 인해 우연히도 이 년 전 책과 출간발행일이 똑같아졌다.

패턴을 운명에 끼워맞추자면 끝자리 홀수해마다 7월 28일에는 책을 내야 한다.

행복한 부담이다.

109년 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날이었고 38년 뒤에는 75년마다 온다는 헬리혜성이 재출현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는 굵직한 일들이 일어나기 좋은 날이고 나에게도 엄청난 변화가 닥치는 인생의 변곡점인 날이기도 하다.


다소 흥분된 기분을 가라앉힐 사흘이라는 기간 동안 겸허하고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정녕 유익한 책을 써냈는가
진정 유일한 책을 써냈는가

장편소설은 다른 장르도서보다 긴 호흡과 연속적인  독서시간을 독자에게 요구하거나 뺐는다.

이때 독자의 귀한 시간에 대한 효능감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몰랐던 것을 흥미롭게 알려주는가.

알았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가.

휘발되지 않고 아로새겨지는 문장들을 품었는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게 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혹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답게 했는지 묻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이 선행질문보다 강렬해서 출간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의 힘겨움을 다룬 이야기도 드물지만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시낭송이라는 불모의 예술영역을 소설 내내 이야기하는 책은 이 책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마치 마늘로 육첩반상을 차린 것이니 마늘이 마늘 너머의 음식으로 느껴지도록 조리법이 특별해야 했고 기발해야 했다.

어디에도 없는 음식으로 요리해야 했기에 참고할 레시피도 없고 모든 것은 실패를 감수한 도전이었다.

실패가 흥미로운 건 보아온 실패는 거슬리지만 첨 보는 실패는 나름대로의 힙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의 보편적 실패는 누추하지만 나만의 독보적인 실패는 눈부시기까지는 아니나 쓸만하다.


본래 예상과 달리 <출판 허니문> 시리즈가 일주일을 넘어 열흘로 치닫는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새 책이 손에 쥐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의 세 번째 책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은 섣불리 밝힐 수는 없으나 기존의 행보처럼 파격적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모든 길은 처음 가는 길이다.

첫 번째 책을 쓰고 나서 두 번째 책은 다른 유형의 문체와 방식으로 쓰려고 했고 그 결과는 소설이었다.

다음 책을 소설로 쓴다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혀 다른 글쓰기로 도전하려 한다.

한 가지로 책쓰기에는 이 세상에 매력적인 글쓰기 방식들이 무수하다.

한 가지에 익숙해지면 어떤 무리 속으로 들어가 안정을 꾀하려는 습성을 사전에 스스로 차단하려는 것도 변화의 이유다.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이 모이는 순간 창의는 증발하고 개성은 소멸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에는 한없이 고독하고 싶지만 책이 나올 때에는 끝없이 독자와 수다 떨고 싶어 진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매거진 <매거진은 청바지가 아니다> 연속발행 100일 차다. 100일 연속 쓰기 4번째 성공도 자축해 본다. 그동안에 려원 작가님

 이은덕 작가님  분이 합류해 풍성해짐도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성실한 글쓰기가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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