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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28. 2023

피씨알 검사

0442

오랜만에 PCR검사를 받았다.

증세가 있어서가 아닌 검사로는 처음이다.

이제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병원에 출입할 보호자만 검사의 마지막 의무대상자가 된다.

코로나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한 검사방법으로는 2가지가 있다.


PCR과 ART

PCR은 Polymerase Chain Reaction의 약자로 중합효소 연쇄반응이라는 뜻이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인 DNA는 이중나선구조로 꼬여있기에 소량으로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량의 DNA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으로 증폭시켜서 유전자 분석을 하게 되는데 이를 PCR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 정확도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들도 이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ART는 Antigen Rapid Test의 약자로 신속항원검사라는 의미다.

PCR과 같이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단백질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증폭과정이 없기에 다소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개인이 자가키트로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나는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를 했다.

나의 DNA를 채취하기 위해 보건소 담당자가 인정사정없이 1미터쯤 되는 면봉을 왼쪽 콧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그 고통은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져 코로 바닷물을 들이켤 때와 비슷한 것 같았다.

잠시 후 건저 낸 것은 콧물 같은 점액질이지만 전문용어로 '비인두도말물'이란다.

예전 검사와 달리 오른쪽 콧구멍은 살려주어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검사가 두려운 이유는 언제 면봉이 어느 콧구멍으로 어느 속도로 침투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거기에 중복된 공포는 면봉을 얼마나 휘젓고 얼마동안 콧 속에 머무는지는 검사자 마음이라는 점이다.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는 검사자와 조금이라도 작은 고통을 피해보려는 나와의 말없는 신경전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나름 치렀다.


검사를 하는 잠시동안 피씨알 검사가 글쓰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내면 깊숙이에서
무엇이 기생해서 살아가는지
무엇에 감염되었는지를
무엇으로 증폭해 바라볼 것인가.

그 유일한 방법이 글쓰기가 아닐까.

신속내면검사이면서 중합감정 연쇄반응 검사가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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