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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9. 2023

바쁜 출근길

쉰네 번째 글: 다들 운전하시지요?

아침이면 늘 부스스한 상태로 여기저기를 헤매다 가방을 둘러메고 나온다. 보통은 그때가 5시 50분. 한창 겨울 때에는 아직 어두운 시간이기도 하다.

잠이 무척 많은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알람소리를 듣고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요즘 아침형 인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들 혀를 내두른다. 내가 일어나는 그 시각은 아직 한밤중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학교 앞 5분 거리에 사는 한 동학년 선생님은 7시 40분에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늘 자기는 그 시간에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라 말한다.


집을 나서면 곧장 지하철 역으로 간다. 대개는 배차 시각을 맞추지만, 계단을 한두 개 남겨 두고 있을 때 승차하라는 마지막 신호를 듣기도 한다. 느긋한 성격이라 어떠한 경우에도 뛰지 않는다. 문이 닫히려는데 뛰어들어가는 일은 내 사전에 없다. 안전하게 그다음 열차를 타는 게 더 낫다.

어쨌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내 글쓰기는 시작된다. 대략 두어 정차역에 이르기 전에 무엇에 대해 쓸까, 하는 걱정을 끝낸다. 시간으로 5분 이내, 대구역까지 가는 18분 동안 열심히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드린다. 속도는 예전에 비해 그다지 빨라지진 않았는데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이런 때에 노트북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은 더는 들지 않는다.


한 편의 글을 다 썼거나 끝을 향해갈 무렵 대구역에 도착한다. 운 좋게 조금 일찍 서두르는 날은 6시 48분 왜관행 기차를, 평소에는 7시 14분 기차를 탄다. 그러고 보니 기차를 타면 내릴 때까지 역시 18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잠시 숨을 돌렸다가 하루의 두 번째 글을 쓴다.

왜관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최소한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약 40분마다 오는데, 이 버스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더 편한 택시가 있지만, 정말 급한 날 간혹 타 보면 13,000원이라는 요금이 만만치 않다.


학교행 버스에 오르면 대략 열 개 정도의 정류장을 지난다. 버스에 머무는 시간은 대충 17분 정도, 버스에서 내려 5~10분 정도 걸으면 학교에 도착한다. 물론 퇴근길은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된다.

아침에 5시 50분에 나서서 학교에 도착하면 8시 25분쯤, 무려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지만, 걷고 기다리는 데에 거의 1시간 반을 쓴다. 아내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길에 내다 버리는 시간이 1시간 반이 넘는다.


약 12년 전에 나름 뜻한 바가 있어 핸들을 손에서 놓았다. 더러는 그 바쁜 시간에 시간 낭비라는 2시간 반 동안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글이 잘 안 풀리는 날은 책을 읽으면 되고, 대체로 지금처럼 글을 쓴다.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이런 내 아침 루틴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것, 아마도 남은 12년의 교직생활도 이 루틴을 고수할 것 같다.


글은 쓰고 싶은데 도저히 바빠 시간을 못 내는 사람들에게 핸들을 놓아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당장은 꽤 불편하지만,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금세 익숙해진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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