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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4. 2023

일체유심조

0449

이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


죽을 듯이 덤벼들면 살아지고 살아보겠다고 버티면 살기 쉽지 않은 아이러니는 삶의 곳곳에 있다.

원효가 아니어도 누구나 어느 정도 올곧게 살아온 끝에는 반드시 깨닫는 감각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 흔한 이야기의 점잖은 버전이 된다.

마음이 전부인 듯한 말 같지만 마음이 그 자체로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으면서 보여주지 못하고 느끼고 있으면서 드러내지 못하는 게 마음뿐이랴.

각각이 소유한 마음은 어쩌면 뇌의 그림자일테다.

이토록 사람의 수만큼 마음의 개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내 맘 같지 않다는 푸념이 틀리지 않음을 자주 체감한다.

마음의 제각각은 한 바구니 속의 체리토마토처럼 깨물어 보지 않고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서로의 마음을 맛보지 않고서는 내 마음의 맛도 평가받지 못한다.

마음은 실체가 없으면서 향과 맛을 낸다.

마음은 중독성이 있기에 좋은 마음을 만난 기억을 무수히 갈망한다.

사람이 그리운 것은 그 사람 안 어디엔가 있는 마음의 향을 맡고 싶어서다.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을 여느라 일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맘> 몸> 무

마음은 파도와 같다.

어떤 물결의 흐름이 아니고서야 어찌 나에게서 흘러나와 너에게로 이르겠는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 사이의 매개물인 매질은 몸이다.

전자기파와 달리 매질이 없이는 마음은 한 조각도 누구에겐가로 전할 수 없다.

물결의 특성은 굴절과 간섭이다.

휜다거나 방해하는 것이 마음의 습성이다.

조그마한 말 한마디에 못나게 굽어지는 마음
흔들리는 순간마다 소멸하거나 명멸하는 마음

마음은 애써 다잡지 않으면 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흩어진다.

마음을 자주 집어 삼키지 않으면 형체를 놓치고 휘발된다.

마음을 어서 타인에게 옮겨 전하지 않으면 금세 미움이 된다.


마음이 모든 것을 다한 날이다.

진작에 내 안 깊숙한 찬장 속에 처박아둔 마음을 꺼내 한참을 소매로 닦았다.

마음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몸도 가지지 않은 마음이 무슨 통각이 있다고 아프냐고 되물었다.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때가 괴롭다고 했다.

그럴 때에는 마음을 안고 마음이 시키는 말을 들으라고 했다.

마음의 사용설명서에 그렇게 쓰여져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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