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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05. 2023

백 번째 영화

0480

극장에서 보는 올해의 100번째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스크린으로 즐기기를 좋아해 굳이 번거로움을 무릅쓰면서 영화관에서 본다.

볼 때마다 카운트를 하기에 매년 몇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작년에는 118편을,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재작년에는 126편을, 더 극심했던 재재작년에는 133편을 보았다.

해마다 영화 제작/수입 편 수가 줄어서인지 조금씩 하락세이지만 그래도 매년 100여 편은 보고 있다.

2020년의 백 번째 영화는 '해수의 아이'

2021년의 백 번째 영화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2022년의 백 번째 영화는 '공조 2: 인터내셔날'

올해의 백 번째 영화는 '절해고도'

나의 영화 선택 우선순위는 이러하다.

액션과 호러는 피한다. 전혀 안 보는 건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되도록 피한다.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오락영화는 될 수 있으면 피한다. 영화 자체가 오락 아닌가마는.

1관에서 하는 영화는 잘 선택하지 않는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개봉관의 숫자가 적은 영화를 유심히 살펴본다.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읽고 싶은 날이 있다.

줄거리가 심심해 보일수록 보는내내 뇌는 즐거울 확률이 높다.

예술을 다룬 영화들은 무조건 본다. 졸작도 나름의 건질 것들이 있다.


영화를 보러 가는 날에는 책을 보러 도서관에 가는 기분과 유사하다.

한 권의 책을 두 시간만에 속독으로 읽는 행위가 영화관람이다.

가끔 만화책을 보다가 나오기도 하고 시집을 읽다가 나오기도 하고 잡지책을 뒤적이다 나오기도 한다.

한 번 지나간 페이지는 다시 넘겨 볼 수 없는 책이지만 나의 오감을 사용해서 보는 독서는 분명하다.

다 이해하려 무리하지 않고 다 만족하려 욕심내지 않는다.

어설픈 영상도 유치한 대사도 가끔 색다른 영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많이 한다.

정성껏 만든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저 내 아이디어의 촉매에 그치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가끔씩 어떤 고민이 충만할 때도 그렇고 번득임에 변비가 생길 때도 그렇다.

영화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를 보거나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경기장을 가거나

무언가에 미치고자 하는 이는 이 둘을 비슷하게 체험한다.

공명하는 순간이기에
가장 부지런한 시간이 된다


남들은 시간이 남아야 가는 영화관을 나는 바쁜 일정 사이에 시간을 내서 간다.

오락비로 내기에는 영화비가 비싸게 느껴지지만 사색비로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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