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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05. 2023

수리 불가능

아흔한 번째 글: 사람을 누가 고쳐  쓴다고 한 건가?

살다 보면 의외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고쳐서 쓰는 것 아니다."

그런데 듣는 것 못지않게  역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시쳇말로 흔히 주변으로부터 꼰대 혹은 개꼰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족히 4~50대쯤은 되어야 입에 올릴 만한 말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사람은 결코 고쳐서 재사용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여기에서 고쳐서라는 말은 행동적이어거나 습관적인, 즉 성격상의 모종의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예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버릇은 고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결국 사람의 본성은 어리석고 못났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이들은 당연히 가족일 것입니다. 가족은 혈연을 존재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속에 있는 혀도 깨물고 마는 세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게 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걸 바란다면 제 욕심이 지나친 게 됩니다.


가족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저의 바람이나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것 자체로 그 사람의 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든 자식이든, 혹은 부모든 생각해 보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 안 맞는 부분이 많고 클수록 상호 관계에 있어 불가피하게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미명으로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린 그 부분을 고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될 리가 없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모든 면이 에게 잘 맞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상대방 역시 를 보면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겠습니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 아니라더니 역시……."

출근 준비로 서두르다 아침부터 한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소한 계기로 촉발된 일이었는데, 아내가 그런 말을 할 즈음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내는 의 특정한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것만 좀 고치면 좋겠는데, 하며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절대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건  역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고쳤으면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것이라고……. 그래서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 아니다,라는 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맞아떨어지는 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걸 두고 우린 진리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속담이든 격언이든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엔 다 그만한 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사례에 대한 통계상의 그리고 확률적인 타당성 등에 기반하여 이미 증명이 된 명제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통념을 깨뜨리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살면서 많이 겪어봤을 테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혹은 변화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때 그 생각만으로는 절대 상대방을 바꿀 수 없습니다. 적어도 그 당사자가 바꿔야 한다는 자각과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저 공염불에 그치고 맙니다.


사람은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게 맞는가 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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