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불가능
아흔한 번째 글: 사람을 누가 고쳐 쓴다고 한 건가?
살다 보면 의외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고쳐서 쓰는 것 아니다."
그런데 듣는 것 못지않게 저 역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시쳇말로 흔히 주변으로부터 꼰대 혹은 개꼰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족히 4~50대쯤은 되어야 입에 올릴 만한 말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사람은 결코 고쳐서 재사용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여기에서 고쳐서라는 말은 행동적이어거나 습관적인, 즉 성격상의 모종의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예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버릇은 고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결국 사람의 본성은 어리석고 못났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이들은 당연히 가족일 것입니다. 가족은 혈연을 존재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제 속에 있는 혀도 깨물고 마는 세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게 제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걸 바란다면 제 욕심이 지나친 게 됩니다.
가족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저의 바람이나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것 자체로 그 사람의 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든 자식이든, 혹은 부모든 생각해 보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 안 맞는 부분이 많고 클수록 상호 관계에 있어 불가피하게 갈등을 야기하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미명으로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린 그 부분을 고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될 리가 없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모든 면이 저에게 잘 맞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상대방 역시 저를 보면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겠습니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 아니라더니 역시……."
출근 준비로 서두르다 아침부터 한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소한 계기로 촉발된 일이었는데, 아내가 그런 말을 할 즈음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내는 저의 특정한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것만 좀 고치면 좋겠는데, 하며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절대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건 저 역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있어서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고쳤으면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것이라고……. 그래서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 아니다,라는 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맞아떨어지는 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걸 두고 우린 진리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속담이든 격언이든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엔 다 그만한 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사례에 대한 통계상의 그리고 확률적인 타당성 등에 기반하여 이미 증명이 된 명제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통념을 깨뜨리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살면서 많이 겪어봤을 테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혹은 변화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때 그 생각만으로는 절대 상대방을 바꿀 수 없습니다. 적어도 그 당사자가 바꿔야 한다는 자각과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저 공염불에 그치고 맙니다.
사람은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게 맞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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