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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07. 2023

에니어그램

0482

에니어그램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성격을 아홉 가지로 구분하는 인간이해의 틀이다.

나의 성격을 내가 모르고 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내 성격은 경계에 있는가.

성격을 찾는데 세 시간이나 걸린다.

장단점을 적는 난에서는 장점이 너무 안 떠올라 머뭇거리고 단점이 너무 많아 속으로 고르느라 주춤거린다.

진행자도 난감하고 나도 난처하다.

다 적고 보니 장점이 단점 같았고 단점들은 치명적인  하자로 보였다.

아닌 것을 지우면서 접근해 본다.

내 색깔이 명료하지 않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성격이 무게로 측정된다면 좋겠다.

제 성격은 몇 그램이에요


성격이 이렇게 어려운 판단인가.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눈을 모두가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누구는 4번이라고 했고

누구는 6번이라고 했다

결국 성격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 했다.

에니어그램인데 야구타선이 불쑥 떠올라 이왕이면 4번 타자가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의 무수한 기억들을 뒤적거려야 했고 가장 나다운 사례들을 추슬러야 했다.

설문지 앞에서 느슨한 나는 영화앙케트에서도 취향을 중도에 맞춰 쏠림을 자발적으로 제어한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그저 그렇다 추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홍보마케터들은 용지를 찢고 싶겠다.

사실 유쾌하지 않은 질문유형이다.

취향이나 기분을 답하는 것은 철학적 질문보다 형이상학적이다.

기분은 자주 요동치고 내 맘을 내가 가장 모른다.

움직이는 것을 언어로 고착시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오히려 아닌 것이나 유사한 것이 성근 언어에 가짜 고백이 될까 불쾌해서다.

이건 소설에서 작가가 '불같은 사랑을 했다'라고 문장을 쓴 것처럼 게을러 보인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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