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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07. 2023

러브스토리

지금 사랑합니다

내가 쓴 글을 파파고, 구글, 인스타그램 번역을 돌려봤다. 파파고는 내 가슴을 절망으로 찢었으며, 구글이 조금 더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참 드라이하네...

Never have I felt more hopeless. You might get hurt by the corner of your bed. Then, your body would ache. You might feel a lump in your throat from an impending heartache that had to be confronted. Your emotions would drain you. You might encounter a barrier due to the clogged ways of the world. Nothing would flow into you. Even so, I'm in love with every part of you. Here. - 20231007

사람의 정서와 감성을 제대로 번역하는 기계는 없을 것 같아 안도한다. 사람은 마주 보아야 한다.




데미안 왼손 필사를 하다가 어떤 단어가 눈에 들어오거나 문장이 마음에 들어올 때 그들을 시작으로 글을 다. 매일매일 거기서부터 짧게 영어 낙서 방식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Never had I felt more hopeless (결코 그때보다 절망적 인적은 없었어)라는 글귀였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므로 매일 배움의 충만함도 가질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영어와 사랑에 빠져있다.


이런 순간의 머무름은 현재 나를 규정하는 감정들이므로, 디지털에 잡아넣어 언제든 그때로 돌아가 과거의 감정들을 확인하고 그로부터 현재가 충만해졌음을 고마워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요즘이다.


눈과 마음에 머무는 것들은 보통 지금 시간과 사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 어떤 책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방식은 스스로 행복한 대로 정하면 된다. 디지털에 너무 매이지 말라해도 그 사랑을 이루는 방식이 디지털에 자신을 쏟으며 시작된다면 디지털은 삶의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내 삶을 이어주는 다리다.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사람을 생각하다가 저절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어제는 한병철의 땅의 예찬이 도착했다. 그림과 몇 페이지 일기 글만 읽고 가슴과 눈이 뜨거워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감성의 사람이 그 엄청난 고뇌를 한 건가. 그가 사람들이 제대로 삶을 지탱하도록 그 무겁고 독한 메시지를 주고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 글을 쓴 작가와 그의 글들을 가슴에 품고 사랑에 빠지는 나의 이야기들을 남겨두고 싶다.


재즈를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남들은 무심하거나 킥킥거리는 순간에 혼자 눈물을 쏟으며 혹시 나는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 순간들 여운들에 기대어 산다. 그게 사랑이라고 믿으며 산다. 차의 시동을 켜면 Miles Davis의 Kind of Blue 앨범이 자동으로 흐른다. 재즈를 알고 싶어 천천히 읽기를 시작했는데 요즘 이 재즈곡 하나 때문에 차가 아니라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 이 갈증이 사랑 아니면 무언가.


아주 오래전, 내게 책을 팔려고 홍보를 하던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도 내가 설득이 안되자, '그럼 저를 믿으세요'했다. 천천히 눈을 마주치며 이 한마디 인사로 떠나버린 세일즈맨의 진지한 눈빛을 여전히 기억한다. 나는 그 책을 사지 않았다. 그때 그 책을 샀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게 하는 그 깊은 눈빛은 내가 사람을 읽는 첫 번째 가이드라인이다.


좋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와 닿아있는 사람, 내가 스쳐가는 사람, 내가 지금 바라보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고뇌하고 갈망한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이라 하자. 내가 하는 사랑이 받는 것과는 상관없는 주는 사랑일지라도.


누구나 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가. 매일 일주일 일 년 아니, 평생을 그래야 살아지는 거 아닌가.



사진 - 아이들 가르치러 가던 길에 하늘을 보며, 20230905

#라라크루 (금요일의 문장) #라라라라이팅 삶에 감사하며 항상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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