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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09. 2023

안녕의 가치

0484

안녕하세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이 되었다.

이 질문의 인사는 어느새 인사의 의문이 되었다.

특히 문자로 말을 건넬 때에도 안녕은 드물다.


인사는 노크다

상대의 존재노크 없이 방문을 불쑥불쑥 열어젖히는 게 실례로 느끼지 못하는 무딘 시절을 살고 있다.

머리를 숙이거나 손을 내밀거나 포옹을 하는 것은 귀한 모습이 되었다.

그저 분주하다.

신발도 벗지 못하고 타인의 응접실에 들어온 형상이다.

급히 들어오니 서둘러 나갈 기세로 여유가 없다.

인사는 겉치레가 아니다.

헝클어진 마음의 매무새를 다잡는 일이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질 때에도 구차한 모션을 취하는데 우리는 한동안 타인에 대한 모션을 놓치고 있었다.

타인으로 향한 문은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함부로 밀거나 당겨서는 안 된다.


인사는 사람사이의 일


행위는 간소해지는 시대이지만 언어는 챙겨야 한다.

인사는 상대의 안녕을 묻는 거지만 나를 낮추는 겸허한 행위다.

인사를 하고 용건을 말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관계의 질과 품격이 다르다.

이상하게도 무의미해 보이는 이 인사말 한마디가 서로의 경직된 통로에 윤활유가 되고 웰컴티가 된다.

어쩌다 어정쩡한 만남을 하고 돌아온 날에는 반추하면 적절한 인사가 없었던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문구에 괄호를 달지 않은 허술함 같은 거다.


한글날이다.

오늘은 만나는 이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정성껏 인사말을 건네고 싶다.

안녕하세요?


안녕이란 말에게 안녕을 고하지 않으리라.

타인의 안녕은 곧 나의 안녕이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 동일한 언어가 또 있을까.

안녕은 끝과 시작의 연결고리이고 영원한 바람의 이유를 품고 있다.

우리말은 이토록 위대하다.

관계에서 지나치게 사용해도 낡지 않고 헐겁지 않은 것이 인사말 '안녕하세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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