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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16. 2023

말글 반성문

0491

내가 가진 말들을 헤아려본다.

말이 모두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다행이자 불행이다.

글도 모두 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하는 말은 어디로 가는가
내가 쓰는 글은 어디서 오는가

말을 할 때와 글을 쓸 때의 뇌 상태는 다르다.

둘 다 제대로 하자면 성글고 만만하지 않다.

이전보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고 싶다.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변화를 위해서다.

변화의 끝은 거침없음이리라.

어쩌다 대중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에 여전히 말이 대중없고 두서없고 나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한다.

날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쓸 때에도 궁색한 내 안의 활자들을 우격다짐으로 조합하고 늘어놓다가 안 써도 그만인 글을 쓰고 발행하기를 반복한다.


말과 글을 잘하고 쓴다는 건 테크닉에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기술과 요령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러나옴과 진정성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상대나 대상으로의 자연스러운 교감과 정서적 파동의 교류가 전제된다.

흘러넘치는 마음
어서 가 닿으려는 그리움
수줍게 내미는 손
따뜻한 눈인사
나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이러한 요소와 준비가 빈약한 말과 글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반성을 한다.

최근 말과 글의 인색은 내 안의 준비물들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나태에 있다.


글을 쓰기전에 펜을 고르기보다 마음을 고르고 다지는 수고를 해야겠다.

글우물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퍼내야겠다.

글우물의 물이 상하지 않도록 자주 살펴야겠다.


이 말글 반성문은 글을 더 현란하게 쓰려는 다짐이 아니라 말과 글을 처음 하고 쓰던 처음마음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다.

잘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자리로 잘 돌아와야 한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느껴야 한다.

잘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스스로 부끄러운 순간이 사라지면 글은 멈춘다.

그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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