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22. 2023
멀리 간다면 코 앞의 돌부리는 관여치 말자.
잔가지들이 성가시더라도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지.
저 고개를 돌고 나면 금세 잊히고 하찮아질 것이다.
내 저지 Jersey를 당기는 상대선수의 조급함을 무던하게 수용해야 한다.
잘 가고 있는지를 자가테스트 하려면 가속도를 측정하지 말고 지속력을 살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고 몰아서 연속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부질없다.
총량이 동일하다고 가치가 유사한 건 아니다.
조삼모사는 그 좋은 예다.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는 것과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는 건 분명 다르다.
아침에 받은 것으로 투자를 한다면 그 결과는 현저히 달라질 것이다.
이미 받기로 한 수가 정해진 후 분할배당이 진행된 거라면 처음 세 개 받는 경우가 더 불안할 것이다.
불안비용을 치르는 꼴이다.
지속의 의미는 이보다 치명적이다.
인간은 지속에 더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고 겨울잠을 잘 수 없다.
한 번에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숨을 참을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연속적일 때만 생존할 수 있다.
그것이 습관과 버릇에도 연결된다.
조금씩 호흡하듯 식사하듯 글을 써야 책이 되든 삶이 되든 할 것이다.
그 어떤 한가한 날을 기다리다간 글쓰기는 글러먹은 일이 된다.
그런 날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은 지속에만 손을 잡아준다.
그것이 하찮은 일이라도 그것이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지속할 때에만 복리의 기적을 불어넣어 준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는 지속의 결과이다.
심장의 움직임
기억의 몸부림
허기의 반복됨
사랑의 목마름
한번에 가닿을 수 있는 마음이 없듯이 한번에 나를 형성하는 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오아시스에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떼는 여행자만이 내일의 오아시스에 가 닿을 것이다.
어차피 생존하려면 지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