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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06. 2023

호흡은 기도

0512

숨을 쉬는 것은 기도다.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기도가 호흡일 수 있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호흡이 기도라는 생각은 지금 드는 것이다.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 어찌 기도일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직관이 그리 작동한다.

살아있으면 숨을,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쉰다.

당연한 섭리로 간과하기 쉽다.

어느 순간 숨을 의식해서 쉬기 시작하면 이는 녹록하지 않은 행위가 된다.

수영을 할 때에도

노래를 할 때에도

달리기를 할 때에도

시낭송을 할 때에도

각기 다른 호흡의 형태를 가진다.

이처럼 호흡은 포즈처럼 행위의 결을 달리하고 수행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건 그럴 수 있다.

그저 규칙을 습득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숨쉬기 자체만을 할 때다.

숨을 들이켜 공기를 마시고 폐를 지나 온몸으로 퍼진 후 다시 몸 밖으로 나오는 일련의 과정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만히 호흡에만 집중해 본다.

입을 다문채 코로 서서히 들이마신다.

가슴이 부풀고 아랫배가 불러온다.

배꼽아래 손가락 두 마디 아래가 동그래진다.

이때 뇌에서 각각의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도록 의식적으로 명령을 내려본다.

단 1초에도 수많은 변신을 하는 세포에게 신선한 산소는 절박한 동아줄이다.

수억 개가 넘는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게 보내는 간절한 러브레터이자 아련한 깊은 포옹이 된다.

천천히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면 순간 생명을 연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삶에서 건강하게 지속시키는 것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호흡의 질은 절대적이다.

숨쉬기는 그래서 숭고한 기도 같다.

왜 신은 인간에게 숨쉬기를 끊임없이 하게 했을까.

한꺼번에 저장하는 기능을 주지 않았을까.

왜 호기와 흡기를 반복하게 했을까.

지금! 고요히 숨을 들이마시며 그 신비를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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