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Nov 11. 2023

박수의 후면

0517

박수칠 때 떠나서는 안된다.

박수는 정지선이다.

여럿이 주문하는 무언의  'HALT'

한 때는 응원인 줄로만 알았던 어리석은 기억들.

박수소리가 우렁찰수록 이렇게 내 안에서 내게 속삭인다.


비로소 내가 틀리고 있구나


잘못되는 것과 틀린 것은 다르다.

옳다고 달려가려는 나를 박수는 붙잡는다.

박수를 받을수록 그래프는 변곡점을 지난다.

취하거나 취해버리거나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선다.

안락해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박수치는 이들의 손목을 일일이 자르지 못한다면 지지가 아닌 호의로만 읽어야 한다.

박수가 모르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수신호다.

말이 아니기에 소리이기에 오독하기 쉽다.

청각을 자극하는 경우에는 극단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혐오하거나 유혹당하거나

박수는 미묘한 유혹의 냄새를 풍긴다.

절묘하고 스펙트럼이 넓어서 예민하게 감지해야 한다.

긍정의 입력이 왜곡된 출력이 되기도 한다.


다시 자세를 고쳐볼 일이다.

조금씩 틀어진 마음의 자세를 알아차리려면 박수의 소리와 박자에서 균열을 감지해야 한다.

박수는 '다 되었다'가 아닌 '다시 해봐라' 다


그래서 박수를 받을 때마다 웃음보다 땀이 난다.

얼마나 적절하게 나를 정지시키는가.

박수만큼 후면이 탄탄한 인간의 행위가 또 있을까.

박수는 이토록 수박처럼 겉과 속이 판이하다.

박수칠 때 함부로 떠나다간 박수의 뒤통수를 영영 놓치고 말 것이다.


https://brunch.co.kr/@voice4u/29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