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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06. 2023

어쩌다, 시낭송 088

제때에 멈추기

I    쉼이 삶과 닮은 건 글자모양만은 아닐 거야


세상은 계속 나아가라고 등을 떠민다.

그것이 계발이고 개발이라고 체면을 건다.

그러다가 부추기던 세상이 등을 돌려도 내가 스스로 그러고 있다.

자발적으로 시동을 걸고 가속을 하며 달린다.

내가 나에게 하는 채찍이니 누구를 원망하지도 못한다.

슬픈 희열

누적되는 번아웃

늘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자책한다.

더 잘할 수 있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야

이미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리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 위.

정신이 아찔해도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균형을 잡는 것인지

균형이 잡힌 것인지

아찔하다

매 순간이.


글을 쓰는 것은 달리는 자전거에서 내려 체인의 균일함을 살피는 일이다.

멈추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글쓰기.

달리면서 오일을 바를 수도 없고 체인을 교체할 수도 없고 찢어진 타이어를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전거를 몰고 세상으로 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 가는 것 같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나에게 자전거가 흉기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글쓰기가 결코 자전거 모는 방법이 아님을.

자전거가 유용한 것은 나를 여기서 저어기 멀리까지 옮겨준다는 기능보다 위태로운 순간에 멈출 수 있다는 것임을.

지혜롭게 멈출 수 없으면 나아가는 것이 맹목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제대로 멀리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II    논어에 나를 구워내는 중


필사 3개월 만에 논어 절반을 지난다.

향당편의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 선진편으로 진입한다.

3~4개의 장들을 매일 적으면서 마음이 수련된다.

문장의 깊이에 한 번 단련되고 한자의 한 획 한 획을 그으면서 차분해진다.

흐트러지는 순간 균형이 깨지고 쉬운 글자도 어그러지고 복잡한 획의 글자는 뭉개진다.

초벌 중이다.

두 번째 지날 때에는 말씀의 속살을 만져볼 것이다.

말 자체로 초벌구이, 글 자체로 재벌구이.

사람도 흙도 높은 온도에 구워내야 쓸만해 지나보다.




III    잘 여문 알맹이가 된다는 것


https://youtu.be/mOUS6TdBrK0

돌멩이_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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