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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13. 2023

준비하는 일

0519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의미가 남다르기에 설레고 두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수께끼이고 초행길이다.

많은 이들의 자문이 절실하고 전문가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

모르는 건 물어야 하고 아는 것도 재차 확인해야 한다.

한 번의 온전한 리허설도 없는 실전이다.

치밀한 준비가 없으면 지금까지의 수고가 헛되다.

거의 막바지로 달려가면서 챙길 일들이 넘쳐난다.

큰 그림과 디테일의 균형이 난감하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잘하고 싶다에서 어서 끝내고 싶다로 바뀌려 한다.

현실은 상상보다 무서운 이야기다.

감동을 만들고 여운을 주려면 상상이 섬세해야 한다.

준비는 미래를 사는 일이다


사는 것이기도 하고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계획한다.

한 번은 길게 살고

한 번은 촘촘하게 산다.

엉성한 틈 사이로 잡념이라는 잡초가 무성하다.

솎아내고 그 자리에 꽃을 심어야 한다.

준비는 어지러운 퍼즐놀이다.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룰을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엔 질서 있게 마무리하게 된다.


준비는 일의 전부일 때도 있다.

일의 성공여부는 조화와 배려의 지수에 있다.

준비하는 마음은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지극히 우아하고 경건한 일이기도 하다.

준비가 끝난 이의 얼굴을 보면 그가 벌일 일의 깊이와 격을 가늠할 수 있다.

그가 장악한 것은 일의 프로세스가 아니라 타인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미 미지의 풍랑을 헤치고 다다른 타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거세게 끌어안을 각오가 되어있는 것이다.


https://brunch.co.kr/@voice4u/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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